바람이 부는 대로

참으로 변덕스러운 날씨였다. 누군가 공중에서 대형 분무기를 분사하는 것처럼, 옅은 빚줄기가 계속 얼굴을 스쳤다. 그 때마다 다리가 휘청할 만큼 세찬 바람이 불었다. 누군가의 긴 머리카락이 허공에 어지럽게 휘날렸고, 사람들은 옷깃을 여몄다. 제주의 쨍한 날을 기대한 여행객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을 날씨다.…

모호한 경계의 시간들

도시의 빌딩 숲과 화려한 네온사인을 벗어나 고즈넉한 정취를 선사하는 제주는 때때로 단독으로 분리된 작은 나라 같은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쨍하니 해가 떴다가도 툭하고 빗줄기가 쏟아졌고 따뜻했다가도 금세 서늘해졌다. 봄과 여름 사이를 끊임없이 저울질하는 제주 덕분에 기분도 덩달아 오르내린다. 처음 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