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대로

참으로 변덕스러운 날씨였다. 누군가 공중에서 대형 분무기를 분사하는 것처럼, 옅은 빚줄기가 계속 얼굴을 스쳤다. 그 때마다 다리가 휘청할 만큼 세찬 바람이 불었다. 누군가의 긴 머리카락이 허공에 어지럽게 휘날렸고, 사람들은 옷깃을 여몄다. 제주의 쨍한 날을 기대한 여행객에게는 결코 반갑지 않을 날씨다.…

모호한 경계의 시간들

도시의 빌딩 숲과 화려한 네온사인을 벗어나 고즈넉한 정취를 선사하는 제주는 때때로 단독으로 분리된 작은 나라 같은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쨍하니 해가 떴다가도 툭하고 빗줄기가 쏟아졌고 따뜻했다가도 금세 서늘해졌다. 봄과 여름 사이를 끊임없이 저울질하는 제주 덕분에 기분도 덩달아 오르내린다. 처음 보는…

승리의 뜨거운 함성-이리안자야

이리안자야 정글을 가로질러 800킬로미터를 흐르는 맴브라모강 또한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보면 마오케산맥과 더불어 장관을 이룬다. 악어 서식지로도 유명한 맴브라모강은 용맹하고 호전적인 카누전사들로도 명성이 잘 알려진 곳이다. 맴브라모강 일대의 부족들은 평소 강기슭에 어슬렁거리는 악어를 잡아 식량으로 삼는다.